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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안전인증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LED CertificationㆍStandard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안전인증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안전인증과 전자파인증 분리 … 번거롭고 시험비용만 대폭 증가”


국내 조명기구 및 부품 제조업체들은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안전인증 제도에 따라 급증한 시험 및 인증 비용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전자파적합등록을 위한 시험 비용이 대폭 늘면서 조명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사진은 4월에 열렸던 MBC조명전시회에 참가한 조명업체의 부스 모습.(사진=취재부 윤영준 기자)

7월 1일부터 개정된 안전인증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그 동안 하나로 통합돼 있던 전기용품안전인증제도와 전자파시험을 분리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 안전인증제도’가 시행되면서 기술표준원과 방송통신위원회로 규제기관이 2로 늘어난데다가 전자파시험 비용마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게 돼 가뜩이나 영세한 조명업체들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남발된 인증을 통합하고 없애서 업체들의 인증 취득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거꾸로 나간 ‘개정 안전인증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통합됐던 안전인증과 전자파인증을 분리 시행

전자파적합등록 시험비용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2개 시험비용 대폭 줄여 업체 부담 덜어줘야 



지난 7월 19일 열렸던 한 조명기구제조업체 단체의 월례회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유는 새로 개정된 안전인증제도가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안전인증제도의 핵심내용은 지금까지 기존 전기용품안전인증 제도에 따라서 안전인증 취득을 할 때 안전인증기관에서 함께 받았던 전자파시험을 분리 시행한다는 것이다. 즉, 전기용품안전인증 취득을 위한 안전시험은 기존과 같이 기술표준원 산하 3개 안전인증기관에서 받되, 전자파적합등록 시험 및 인증은 방송통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 산하 지정시험기관에서 시험을 실시하고,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등록 또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명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들로서는 과거 기술표준원 1개 뿐이던 인증 규제 기관이 기술표준원 1개에서 기술표준원과 방송통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 등 2개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인증 관련 규제기관이 2개로 늘어난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은 조명기구를 비롯해서 조명 제품을 새로 만들 때마다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인증의 수가 안전인증 1개에서 안전인증과 전자파적합인증 등 2개로 늘어났다는 데 있다.

이것은 조명기구나 조명 부품을 만드는 업체 입장에서 볼 때 단순히 받아야 하는 인증의 종류가 2종류로 늘어나고, 그만큼 인증을 받는데 소요되는 번거로움이 증가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인증을 취득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됐다는 뜻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정된 안전인증 제도에 따라서 앞으로 인증을 받을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어떻게 증가하게 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우선 개정된 안전인증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조명 제품을 새로 개발하는 경우 해당 조명업체가 받아야 했던 인증의 종류와 그에 따르는 비용을 알아보자. 전기용품안전관리법에 의하면 전기용품을 생산 또는 유통하려는 자는 의무적으로 안전인증을 취득하도록 되어 있었다. 안전인증을 관장하는 정부부처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었고, 실제로 안전인증 시험 및 인증을 부여했던 것은 기술표준원 산하의 3개 안전인증기관들이었다. 조명업체는 이 3개 안전인증기관 가운데 하나를 임의로 선정해서 안전인증 시험을 받고 이 시험을 통과하면 안전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안전인증 시험의 내용은 크게 안전시험과 전자파적합시험 등 2개로 나눠졌고, 1개 안전인증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했다. 조명업체가 시험을 받으려면 해당 인증기관에 시험비용을 납부해야 했다. 시험비용은 기본시험(안전인증시험)비용 65만3,000원과 전자파시험비용 25만6,000원을 합쳐서 총 88만9,000원이 들었다.

조명 제품의 경우에는 1개 기본모델에 여러 가지 유사한 제품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기본모델에서 파생된 모델(제품)이라고 해서 파생모델이라고 부르는데, 파생모델은 별도의 안전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접수비 1만원을 내는 것으로 안전인증 취득이 가능했다. 안전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시험에 사용할 제품(시료) 1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시험용 제품은 실물을 제출하는 대신 사진으로 대신 제출할 수도 있었다.

이런 설명은 단순하게 기존 안전인증 제도의 규정을 말로 풀어서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기존의 안전인증 제도 아래서 어떤 조명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을 때 안전인증을 취득하는데 실제로 얼마의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가 일반인들로서는 언뜻 감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일반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에서 실제로 1개의 기본모델과 여러 종류의 파생모델을 개발해서 새로 안전인증을 취득하는 경우를 가정해 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해 보자.

그러면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조명기구를 개발하면 동시에 몇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야 할까? 우선 사용되는 장소에 따라 살펴보기로 하자. 부부와 초등학생 남녀 자녀 2명이 함께 사는 4인용 가정의 아파트를 예로 들면, 출입구에 다는 현관등 1개, 거실 중앙에 다는 거실등 1개, 식탁에 다는 식탁등 1개, 주방에 다는 주방등 1개, 침실(부부침실)에 다는 침실등 1개, 자녀방에 다는 어린이방등 2개, 다용도실에 다는 다용도실등 1개, 발코니에 다는 발코니등 1개, 부부침실 침대맡에 놓는 작은(短) 스탠드 1개, 거실 바닥에 놓는 큰(長) 스탠드 1개, 자녀 책상 위에 놓는 학습용 스탠드 2개, 화장실 천장에 다는 욕실등 1개 등 최소한 14개의 조명기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아파트 면적에 따라서 거실이나 침실, 식탁, 주방의 크기가 각각 다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에서는 사용하는 방의 크기에 따라서 다양한 크기와 램프 수의 조명기구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하자면, 거실등이라면 직관형 형광등 1등용, 3등용, 5등용, 다등용(5등 이상) 하는 식으로 3~4종류를 만들게 된다. 식탁등 역시 1등용, 2등용, 3등용, 5등용 하는 식으로 여러 종류의 제품을 만든다. 스탠드 역시 사용하는 램프의 수에 따라서 1등용, 2등용, 3등용, 4등용 등 몇 가지 종류의 제품을 만든다. 여기에 조명기구를 사용할 소비자의 취향을 감안해서 조명기구의 디자인을 원형과 4각형 등 2개 타입으로 만드는 일이 흔하다.  이런 식으로 제품을 만들다보면 주택용 조명기구 1개 모델을 갖고 최소한 14개에서 수 십 개에 이르는 모델(제품)이 만들어진다.


제도 개정으로 시험 비용 갑자기 증가

여기서는 계산상 편의를 위해 아파트 1세대에 기본적으로 설치되는 조명기구 14개마다 사용하는 램프에 따라 1등, 3등, 5등, 다등(5등 이상) 등 4개 모델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을 감안해서 각각 원형 타입 1개와 사각형 타입 1개 등 모두 2개의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을 가정해 보자. 이렇게 하면 모두 112개(설치장소에 따른 조명기구 14개*사용램프 수에 따른 조명기구 종류 4개*원형 및 사각형 타입 2개=112개)의 서로 다른 제품이 나온다. 이것은 설치장소 14곳마다 모두 8개의 서로 다른 조명기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장소별로 만들어진 8개 조명기구 가운데 1개를 기본모델, 나머지 7개를 파생모델이라고 하면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는 기본모델은 14개, 파생모델은 98개가 된다. 이에 대해 안전인증을 신청하려면 기본모델 시험비용 1,244만6,000원(기본모델 14종*1종 당 기본시험비용 88만9,000원)과 파생모델 시험비용 98만원(기본모델 14종*파생모델 7종*시험비용 1만원) 등 1,342만6,000원이 소요된다. 기본모델과 파생모델을 합쳐 제품 1개 당 평균 11만9,875원의 비용이 든 셈이다.

이것을 보면 안전인증 제도가 개정되기 전에도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가 1개 신제품을 새로 만들려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안전인증 시험비용으로 지출해야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동안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이 “안전인증 취득비용 때문에 조명기구 제조사업을 못해먹겠다”고 말했던 데는 이런 이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여기서 7월 1일부터 개정된 안전인증 제도가 시행되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게 됐는가를 따져보기로 하자.

개정된 안전인증 제도는 기존의 안전인증 제도와 새로 도입된 전자파적합등록 제도를 분리해서 시행하기로 했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즉, 안전인증 시험은 기존 했던 대로 기술표준원이 시행하고, 전자파적합등록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이 시행하는 것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안전인증 시험 및 등록 업무와 전자파적합등록을 위한 시험 및 등록 업무가 완전히 분리됐다.

문제는 전자파적합등록 시험 및 인증 비용이 늘어났다는 데 있다. 즉 안전인증 시험 및 인증 비용은 기본시험 65만3,000원에 파생모델 접수비 1만원으로 변동이 없다. 다만 시험에 필요한 재료를 꼭 실물 제품으로 내야 한다는 점이 달라졌다.

그러나 전자파적합등록의 경우 기본시험 비용이 개정 전 23만6,000원에서 개정 후 60만원으로 늘었다. 기본시험 비용이 금액으로는 36만4,000원, 증가비율로는 154%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심각한 부분은 파생모델 시험 비용이다. 개정 전에는 파생모델의 전자파적합 시험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개정 후에는 파생모델에 대해서도 1개 모델마다 전자파시험을 받아야 하고, 시험 비용으로 60만원씩을 내야 한다.

결국 안전인증과 전자파시험을 합쳐서 기본모델 시험비용은 개정 전 88만9,000원에서 개정 후 125만3,000원으로 금액 상 36만4,000원, 비율 상 40% 증가하고, 파생모델 시험비용이 개정 전 1만원에서 개정 후 금액상 61만원, 비율상 6,100%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증가한 금액을 앞에서 살펴본 주택용 조명기구의 경우에 대입시켜보면 기본모델 14종 시험 및 인증 비용이 1,754만2,000원(기본모델 14종*시험비용 125만3,000원=1,754만2,000원), 파생모델 시험 및 인증 비용이 5,978만원(기본모델 14종*기본모델 당 파생모델 7종*시험비용 61만원=5,978만원)합계 7,732만2,000원(기본모델 시험 및 인증비용 1,754만2,000원+파생모델 시험 및 인증비용 5,978만원=7,732만2,000원)으로 집계된다.

기본모델 14종과 파생모델 98종, 합계 112종의 주택용 조명기구를 새로 만들어서 안전인증을 받고 전자파적합등록을 하는 데만 무려 7,732만2,000원이란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1개 제품 당 평균 69만375원이 소요되는 것을 의미한다. 개정 전에 1개 제품 당 평균 11만9,875원이 소요되던 것과 비교하면 575% 이상 비용이 증가한 셈이다. 이 내용을 간단하게 표로 정리하면 <표.1>과 같다.


사업해도 인증시험비를 못 건질 판

만일 이런 식으로 신제품 3가지(모델)을 만들려면 안전인증 및 전자파적합 시험과 인증(등록)에만 2억3,000만원(7,732만2,000원*3개 모델=2억3,196만6,000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계산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가 1개 시즌 당 새로 내놓는 신제품 시리즈가 3개에 불과한 경우는 거의 없는 까닭이다.

국내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은 대체로 1년을 2개 시즌으로 나누어서 제품을 개발한다. 그것은 봄/여름시즌(SS시즌 : Spring & Summer)과 가을/겨울시즌(AW시즌 : Autumn & Winter)이 바로 그것이다. 쉽게 말해 봄과 가을 장사를 한다는 뜻이다. 봄과 가을 사이에 있는 여름은 하한기로 가을 장사를 준비하는 시기, 가을과 봄 사이에 있는 겨울은 소위 동한기로 내년 봄 장사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렇듯 1년의 사업이 봄과 가을 2개 계절에 집중돼 있는 까닭에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은 봄 장사와 가을 장사에 승부를 걸게 된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가급적 많은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경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1개 업체가 봄이나 가을을 대비해서 내놓는 신제품 시리즈는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를 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경향을 안전인증 제도가 바뀐 올해 7월 1일 이후에도 계속 지켜나간다면 올 가을에 5개 신제품 시리즈를 준비 중인 업체는 3억8,661만원(신제품 시리즈 5개* 1개 신제품 시리즈 당 시험 및 인증비용 7,732만2,000원=3억8,661만원)을, 10개 신제품 시리즈를 준비 중인 업체는 7억7,322만원(신제품 시리즈 10개*1개 신제품 시리즈 당 시험 및 인증비용 7,732만2,000원=7억7,322만원)을 오로지 안전인증을 취득하고 전자파적합 등록을 하기 위한 시험 및 인증 또는 등록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제품을 개발하고 완성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출하하기까지 드는 개발비, 자재비, 인건비 등은 하나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런 비용까지 포함을 시킨다면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가 신제품 시리즈 5종 내지 10종을 만들어서 안전인증 등을 취득하고 시제품을 생산, 시장에 내놓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5억원에서 10억원을 상회한다고 보아도 결코 과장된 말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개정 전과 개정 후에 들어가야 하는 안전인증 및 전자파적합 시험과 인증(등록) 비용을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론이 있다. 그것은 이런 식의 안전인증 내지 전자파적합등록 제도가 국내 조명업체들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안전인증 제도의 대상이 되는 국내 조명업체들의 현실과 현재의 조명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국내에서 조명기구 및 부품 제조사업을 하는 업체는 대략 800개 정도로 나타나 있다. 이것은 조합과 협회, 연구소 등 각종 조명 관련 단체에 등록돼 있는 업체들을 모두 합쳤을 때 나오는 수치이다. 그러나 각종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가 가입된 업체보다 많다는 것이 국내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조명기구 및 부품 제조업체는 약 1,600개 내지 2,000개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는 채용인원이 10명 미만의 업체인 것이 현실이다. 또한 조명업계에서 최대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라고 해도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겨우 오르내리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중견 조명업체라고 해도 연간 매출액이 300억원에서 500억원 사이를 오갈 정도이다. 그나마 그 정도 업체마저도 업종별로 몇 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업체가 연간 매출액 100억원 미만이고, 그 가운데서도 50억원 내지 100억원에 걸쳐 있는 업종별 상위권 업체를 제외한 보통 업체들은 연간 매출액이 30억원에서 50억원을 오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연간매출액이 이 정도라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비용과 인건비, 각종 경상비, 판관비 등을 제외한 마진은 그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조명업체들의 현실에 비춰 볼 때, 단지 신제품 1개 시리즈에 대해 안전안증 및 전자파적합 등록을 하는데 7,000~8,000만원이 소요된다고 하면 속된 표현으로 “돈을 벌어서 안전인증 받고 전자파적합등록을 하는데 모두 쏟아부어도 모자른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즉, 업체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지속하기가 어려운 제도가 아니냐는 말이다. 


업체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우려

또 하나, 안전인증 제도와 관련해서 꼭 짚고 넘어가지 않면 안될 대목이 잇다. 그것은 조명기구 제조사업이란 것이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업종이라는 점이다. “조명은 구색맞추기”라는 말도 있듯이 조명기구는 주택이나 오피스, 상점 등 설치되는 장소에 따라, 그 조명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성별, 나이, 성격, 취향, 경제적인 여건 등에 따라서 저마다 다른 선택 기준과 취향을 나타내는 제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은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는 없다.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제품의 수가 다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니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조명기구 재조업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이 안전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제품의 수량이 다른 어느 업종에 비해 많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의 현실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같은 여타의 공산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이 1년에 신제품을 몇 종류나 만드는가를 생각해 보자. 요즘 끊임없이 신제품이 나오는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1년에 몇 십 종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라면 1년에 나오는 신제품이 5종류도 안될 수도 있다.

만일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1달에 10종류씩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해 낸다고 하더라도 1년에 120종에 불과하다. 여기에 드는 인증 시험비용은 개정된 안전인증 및 전자파적합 시험 비용(기본모델 적용)을 적용하더라도 1억5,036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라면 대기업으로서는 전혀 부담이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안전인증 및 전자파적합 시험 비용이 인상된다고 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이 넘으면 중견기업 대열에 들어선 것으로 치고, 300억원에서 500억원에 이르면 나름대로 큰 회사라고 평가받는 조명업계에서, 그리고 자의반 타의반 1년에 수많은 신제품 시리즈를 만들어내야 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소량판매 업체인 소규모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에게는 1개 신제품 시리즈의 안전인증 및 전자파적합 인증을 받는데 7,000만원 내지 8,000만원을 써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가 없다.

만일 이런 상황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피할 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인증 시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조명업체들이 제품 개발을 기피함으로써 시장에 공급되는 조명기구 등 제품의 수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줄이게 만들어 구매 의욕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조명기구의 유통이 줄어들면서 조명 매장들의 수입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더욱 다양하고 개성적인 조명기구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국내 조명기구로 만족할 수 없는 욕구를 외국산 조명기구 구매로 풀려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국내 조명기구 및 조명 부품 제조산업은 아예 생존 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개정된 안전인증 제도는 사실 국내 조명기구 제조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견된다.    


‘제도를 위한 제도’되지 않도록 해야

그러므로 안전인증 제도나 전자파적합등록 제도를 시행하다라도 이와 같은 대기업, 중견기업, 소기업 간의 차이나 업종별 특성, 그리고 소품종 대량생산 아이템과 다품종 소량생산 아이템 간의 차이를 감안해서 적절하게 비용부담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1년에 안전인증 취득을 하는 제품의 수가 적고, 차량 1대 당 판매금액이 수 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자동차와, 1년에도 수 십 종류의 신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제품 1개 당 가격이 몇 만원에서 몇 십만 원에 불과한 조명기구의 안전인증 시험 비용을 무조건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경제정의 차원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나 형평성 차원에서도 전혀 타당하다고 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안전인증 내지 전자파적합 시험이나 인증 내지 등록에 들어가는 비용을 시험 제품의 공장도 가격의 몇 퍼센트(%) 이내로 제한한다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기업 간에 적용하는 퍼센트의 정도를 몇 개 구간으로 나눠 차등화하던가. 아니면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은 시험비용을 대폭 감면해 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합리성’과 ‘타당성’ 그리고 ‘공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곧 조명기구 제조업체를 비롯한 중소 다품종 소량생산 업종의 업체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안전인증이나 전자파적합등록 제도를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물론 안전인증 제도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서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소한의 규제이며 인증 제도이다. 전자파적합등록 제도 역시 그 나름대로 제정을 하고 규제를 하고 시행을 할 이유가 있기는 할 것이다. 특히 LED조명 같은 반도체조명이 점차 증가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파당국으로서는 조명기구의 전자파적합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방치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마련한 제도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국내 현실에 맞지 않거나, 그 제도의 대상인 업체들의 현실이나 비용 부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런 제도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으면서 머지않아 사문화되기 쉽다. 그 대신 법과 규제를 피해가려는 사람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요령, 그리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는 결과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애써서 안전인증 제도를 개선한 목적과 목표는 사라지고, 잘못된 제도로 불법, 부정, 비리를 양산하는 원인만 제공할  뿐이다. 그러므로 비록 시행한 지 1개월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지속가능하지 못한 개정 안전인증 제도는 지금이라도 다시 고치는 것이 옳다.

더욱이 지금은 정부가 “수많은 인증 제도를 없애고 통폐합해서 업체들로 하여금 인증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있는 제도도 통폐합하고 없애서 국내 업체들을 인증이라는 공공연히 제도화된 규제와 족쇄, 그리고 준조세 부담에서 해방시켜주겠다고 밝힌 마당에 느닷없이 하나로 통합돼 있던 안전인증 시험과 전자파적합 시험을 분리하고, 시험 비용을 몇 배씩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이런 식의 안전인증 제도나 전자파적합 등록 제도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일부에서 지적하는 대로 방송통신위원회 측이 전자파연구원의 시험 및 등록 수입을 늘려주기 위해서 굳이 분리하지 않아도 될 안전인증 시험과 전자파적합 등록 시험을 분리했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하더라도 달리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번의 안전인증 제도 개정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 바로 방송통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과 그 산하 지정시험기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전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수뢰 혐의를 받고 복역 중인 시점이다. 말하자면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꼴”이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립전파연구원이 영세한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시험 및 인증(등록) 비용을 더 받으려고 안전인증 제도를 변경하게 만들었다는 오해를 사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를 위해서도, 국립전파연구원을 위해서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조명업체는 물론, 다품종 소량생산 업종에 종사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더 이상 망설일 필요 없이 7월 1일자로 시행에 들어간 ‘개정 안전인증’ 제도를 다시 고치거나, 최소한 시험 비용을 개정 전 수준으로 인하해서라도 인증 비용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조명업체가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국내 조명기구 및 조명 제품 제조산업의 기틀이 망가져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증 시험 비용 부담 때문에 조명업체들의 제품 개발 의지가 꺾인다면 이것이야말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인증 시험 비용을 더 걷기 위해서 안전인증 제도를 개악(改惡)했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할 의무와 책임이 이번에 안전인증 제도 개정에 관여했던 정부기관과 관계자들에게는 있다는 사실이다.

/ 김중배 大記者 ceo@koreanlighting.com

Source : 한국광산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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