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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전자재료 기업의 높은 벽을 넘으려면(lgeri) E-Brief


외국 전자재료 기업의 높은 벽을 넘으려면


반도체, LCD, 휴대폰 등 전자 산업 분야에서 국내 전자 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지만, 여전히 국내 전자재료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의 뒤를 쫓아가는 후발자의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전자재료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10년 정도 되었으며, 디스플레이 관련 일부 부품·소재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고 있다. 향후에도 국내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함으로써 사업 포트폴리오의 건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닛토전공, 스미토모 화학, JSR, 제온, 에보닉, 듀퐁, 코닝 등 외국 전자재료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 방식을 정리해보면,
1) 특정 어플리케이션에 한정된 제품 개발 보다는 기능 중심의 기술 개발을 통해 신사업을 추진한다.
2) 10~15년을 주기로 새로운 성장 축을 준비하며,
3) 일시적 유행에 집중하기 보다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영역을 결정한다.
4) 기술 역량을 축적하는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한 외부 자원을 활용하며,
5)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기존 사업의 성공 방식에서 탈피해 독립적인 추진 체계로 실행한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 성장 배경, 경쟁력 수준, 투입 자원 규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방식을 다 적용하기는 어려울 지 모르지만 실행의 우선 순위를 정하여 접근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특정 어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부품·소재의 개발로 스스로 사업 영역을 좁히기 보다는 기능 중심의 기술개발을 통해 기술의 확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목 차 >

Ⅰ. 전자재료 산업의 특징

Ⅱ. 외국 전자재료 기업의 신사업 추진 방식

Ⅲ. 시사점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은 국내 전자 산업을 대표하며, 우리나라의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들 산업 부문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및 시장점유율은 글로벌 톱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전자 산업에 기반이 되는 부품·소재의 경쟁력은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여전히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기업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오랜 기간 동안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산업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을 때 겨우 국산화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0년간 화합물 및 화학제품, 전기기계부품, 정밀기기부품 등의 부문에서 대일 무역 수지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약 67억 달러 적자에 이르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가 전자 산업에서 그린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외국 전자재료 기업의 대부분은 신사업으로서 친환경, 의료 등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전자 산업에서 미흡했던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그린 산업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본 고에서는 외국 전자재료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의 신사업 추진 전략을 통해 국내 전자재료 기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본다.



Ⅰ. 전자재료 산업의 특징

전자재료는 기초 소재부터 각종 부품에 이르기까지 세트를 구성하는 일련의 구성 요소들로 정의될 수 있다. LCD 산업을 예로 든다면, 유리, 편광판, 편광판을 구성하는 각종 필름(TAC, PVA, 위상차 필름 등), BLU(Back Light Unit) 램프, 도광판, 확산판, 컬러필터, 컬러 레지스트, 각종 공정 재료 등이 전자재료에 포함된다. 

전방 산업(세트)과 후방 산업(부품·소재)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자재료 산업의 경쟁력은 수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국내 전자재료 산업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후방 산업인 전자재료 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속도는 전방 산업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해외 전자재료 기업들의 뒤를 쫓아가며 국산화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재료 산업은 어떠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기에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쉽게 해외 기업들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걸까?


1. 진입 장벽이 높아 선도 기업이 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

전자재료 산업은 일반적인 소재 산업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은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 기간이 필요하고, 일단 고객과의 관계가 형성되면 후발 기업의 시장진입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전방 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쉽다. 

소재 산업이 수요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든 두 산업 간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든 간에 새로운 부품 또는 소재가 수요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기술, 고객 측면에서 특정 부품·소재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진다. 세트 기업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부품·소재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면 생산 수율 저하, 공정 변화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세트 기업 입장에서는 후발 전자재료 기업이 뚜렷한 원가 및 성능 측면에서의 업그레이드를 보장하지 않으면 기존 부품·소재를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즉 신규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산업의 특성 상 기존 고객 관계를 깰만한 획기적인 대체재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후방 산업 쪽으로 가면 갈수록 기술적 노하우, 사업 경험 등이 사업 역량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기 때문에 똑같은 생산 장비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진입 장벽으로 인해 후방 산업은 전방 산업에 비해 경쟁 강도가 낮고, 외부 환경에 따른 부침이 상대적으로 적다. 실리콘 사이클(반도체)이나 크리스털 사이클(LCD)이 존재할 때도 전자재료 산업은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였다. 세트 기업은 폭락에 가까운 가격 하락, 제품 차별화 여지 감소 등으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에도, 부품·소재 기업들은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2. 제품 수명 주기가 짧은 전자 산업의 특성과 유사

전자재료 산업은 제품 수명 주기가 짧은 전자 산업의 특성과 산업 형성 초기에 구축된 고객 관계가 고착화되는 부품·소재 산업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IT 기기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급격한 전환, 빠른 컨버전스화, 소비자 니즈의 고도화 등으로 인해 세트 기반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동시에 참여 기업 수도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 제품 간, 기업 간 경쟁이 극도로 심화되면서 제품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 평판 TV, 노트북 PC 등 대부분의 IT 제품에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급락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잡기 위해 기업들은 혁신 기술을 채용한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산업에 맞춰 기초 원재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소재 산업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물론 소재 혁신이 수요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들어 신물질·신소재의 출현이 줄어들면서 수요 산업이 부품·소재 산업을 견인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3. 기술의 확장성이 높아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

마지막으로 전자재료 산업은 한번 축적된 기술 역량을 여러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확장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단기간에 기술 역량을 축적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일단 역량이 축적되면 특정 수요 산업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전자재료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해외 전자재료 기업들을 살펴보면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전자 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수처리, 의료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자신들의 기술을 통해 관련 다각화가 쉽고, 사업 경험이 미흡한 분야까지도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Ⅱ. 외국 전자재료 기업의 신사업 추진 방식


산업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파트너십이 중요하고, 기술의 확장성이 큰 전자재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사업 영역 확장, 빠른 고객 대응 등을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전자재료 기업들에게 신사업 전개 역량은 필수적이다. 

전자재료 산업은 전방 산업과 맞물리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에 일단 고객과의 관계가 형성되면 후발 기업의 견제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자유로워진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후발 기업들이 한번 뒤질 경우 선발 기업들과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과 같다. 선도 기업은 신사업 창출을 통해 시장 지위를 확보하면서 상당기간 매출과 수익 측면에서 좋은 사업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신사업 전개 역량의 유무에 따라 선발자 이점을 향유하면서 사업하느냐 아니면 후발 기업으로서 뒷북만 치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으로 전락하느냐가 결정된다.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신사업 추진하지 못하게 되면 후발자로서 전자재료 산업에 참여하는 데 만족할 수 밖에 없다.


편광판, BLU(Back Light Unit) 관련 필름, 공정 재료 등 일부 전자재료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현재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을 살펴보면 이것들을 사용하는 부품 또는 세트의 경쟁력에 기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방산업 내 국내 기업들의 우산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 전자재료 기업들이 그 동안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내 전자 산업의 기반이 없었다면 일부 제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  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국내 전자재료 기업들이 수요 산업의 빠른 변화에 쉽게 대응하며 성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모멘텀은 든든한 고객 기반 하에서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는 것을 보장해 줄 수 없다. 전자재료 기업 스스로 신사업 전개 역량을 확보하는 것만이 전자재료 산업에서 생존하는 길이며, 생존을 뛰어넘어 질적 성장을 계속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재료 분야에서 기술력, 마케팅,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일본, 유럽, 북미 기업의 신사업 추진 방식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현재의 경쟁우위를 만들어 냈고, 경쟁우위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무엇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등의 관점에서 외국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 방식을 정리하고자 한다. 



1. What : 기능 중심의 기술 개발에 집중

기업들이 신사업을 추진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것은 아마도 어떤 제품 또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까를 결정하는 것일 것이다. 전자재료 분야라고 한정한다 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제품들이 존재한다.

전자재료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결정하고 이에 맞춰 부품·소재를 개발하기 보다 부품·소재가 가지고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국 기업들은 앞서 말한 전자재료 산업의 특징 중 하나인 기술 확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타겟 부품·소재를 찾아낸다. 반도체용, 디스플레이용, 태양전지용 등 하나의 용도로 부품·소재의 개발 목표를 제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품 또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기술 개발하는 것이 신사업을 창출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화학 기업인 듀퐁(Dupont)은 ‘The Miracles of Science’라는 기업 모토를 가지고 있다. 시장을 고려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지만 특정 분야에 한정된 기술 보다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기능 중심의 기술 또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건축 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타이벡(Tyvek)이라는 소재가 있다. 이 소재 개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5년까지 간다. 타이벡은 통기성(通氣性)과 방수(防水) 기능을 목표로 개발되었던 얇은 막이다. 현재 타이벡은 포장재, 의류, 건축 자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교토의정서 협약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주택의 지붕에 타이벡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전력을 이용한 환기 시스템을 대체하고 습기로 인한 곰팡이를 억제하는 효과까지 얻고 있다. 

현재 아웃도어 제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고어(W.L. Gore & Associates)의 고어텍스도 방수, 통풍 등의 기능성 소재로 개발되어 지금은 의류뿐 아니라 산업용 전선, 산업용 필터, 연료전지의 분리막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제온(Zeon)의 COP(Cyclo Olefin Polymer, 사이클로 올레핀 폴리머) 역시 개발 초기에는 낮은 유전율, 내열성, 낮은 흡습성 등의 장점을 통해 광디스크 소재 등에서 사용되고 있던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나 아크릴 수지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소재였다. 현재는 COP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휴대폰용 카메라 렌즈, 광저장장치의 픽업렌즈, 디스플레이용 도광판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제온은 COP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어플리케이션에 따라 조금씩 특성을 변형시켜가며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2. When : 10~15년을 주기로 새로운 성장 축 준비

두 번째로 외국 기업들이 어느 시점에서 새로운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만들어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는가이다.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10~15년을 주기로 꾸준히 신사업을 창출하면서 지속적인 성장 경로를 밟아오고 있다. 한 주기 동안 기존 사업 내에서 계속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을 대신할 신사업을 준비해 왔다.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끊임없이 사업의 들고 남(in-out)을 추진함으로써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없이 신사업에 대부분의 자원을 집중시킨다면 위험 부담은 상당히 클 것이다. 대부분의 전자재료 산업 내 존재하는 화학 기업들은 적어도 50년 이상 화학 사업을 해온 기업들이다. 보통 화학 제품의 수명 주기가 전자 제품에 비해 길다고 말하지만, 제품 단위가 아닌 사업 단위를 감안한다면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 다른 산업 보다 최소한의 역량 축적 기간이 길고, 전방 산업 내 기업의 인식을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고객 니즈 발굴, 선대응 등의 마케팅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3. Where : 일시적 유행이 아닌 트렌드에 집중

기업이 어느 제품을 언제 신사업으로서 추진할 것인가를 결정했다면, 그 다음으로 선발기업이든 후발기업이든 어느 사업 영역에 진출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 산업과 소재 산업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자재료 산업의 경우 일시적인 유행(Fad)에 휩쓸려 신사업을 결정한다면 성공률이 저하될 뿐 아니라 시장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유행이 아닌 트렌드를 통찰력 있게 판단하고 꾸준히 자원 투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CEO를 비롯한 경영층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탄소섬유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도레이(Toray)의 경우 내구성, 경량화 트렌드를 읽고, 탄소섬유의 생산과 판매를 시작한 1971년 이후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30년 동안 인고(忍苦)의 세월을 거치면서 도레이의 핵심 성장 축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와 환경에 대한 규제 강화로 항공기의 연비 절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도레이의 탄소 섬유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으며, 컴퓨터 외장재, 연료전지의 전극 재료 등 전자재료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감광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JSR(Japan Synthetic Rubber)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시장이 급성장하기 이전인 1982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감광재 사업을 시작한 1982년에 제품 품질 불량으로 인해 고객들로부터 많은 클레임을 당하고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이들 시장의 성장을 믿고 전자재료 사업을 꿋꿋이 밀어 부침으로써 현재는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매년 영업이익률 20%대의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재료사업부장인 사지마 야스다카는 “1982년의 실수가 오늘의 JSR을 만든 위대한 실패였다. 만일 그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JSR의 전자재료 사업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회상하고 있다. 이렇듯 트렌드 속에서의 시련은 사업 중단의 원인이 아니라 중요한 경험이자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4. Whom : 기술 축적 시간의 단축을 위해 Partnership 강화

최근 들어 산업에 상관없이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제품 수명 주기가 점점 단축되면서 혼자만의 힘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빠르게 변하는 수요 산업에 대응하면서도 기술을 축적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자재료 산업에서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은 더 크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전자재료 산업에서도 과거처럼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효과성보다 적은 투자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효율성이 훨씬 더 강조되고 있다. 해외 화학 기업의 R&D 집중도(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추이를 살펴보면 2001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R&D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기 보다 투자에 대한 위험도, 효과성 등을 고려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R&D를 운영하고자 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 개발 또는 신사업 추진 시 폐쇄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 방법을 살펴보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최근에 이러한 경향이 더 심화되고 있다.

스미토모 화학은 OLED 관련 재료 사업에서 관련 기업과의 공동 개발, M&A 등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외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미토모 화학은 1980년대 학계와 공동으로 전도성 고분자 재료를 개발하고 이 재료의 어플리케이션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CDT(Cambridge Display Technologies)와 함께 고분자 EL(Electro Luminescence) 재료를 개발하였다. 이후 2005년에 다우(Dow Chemical)의 OLED 사업을 인수했으며 2007년 공동 개발 파트너인 CDT를 완전 자회사함으로써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닛토전공(Nitto Denko)은 산업용 테이프, 편광판 등과 같은 기존 사업의 뒤를 이어 수처리막, 의료용 패치 등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신사업 추진 시,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출발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고 있다. 수처리막(Membrane)의 경우 1970년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1987년 미국의 벤처기업인 하이드라너틱스(Hydranautics)를 인수하였다. 2000년대 들어와서 담수화 설비의 중심이 기존 열처리 방식에서 역삼투압 멤브레인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세계 역삼투압 멤브레인 시장에서 다우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독일의 전자재료 기업인 에보닉(Evonik)은 1998년 고부가가치 사업의 육성을 위해 ‘크레아비스(Creavis)’라는 R&D 조직을 구성하였다. 크레아비스 내 S2B(Science to Business) 센터는 에보닉의 개방형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S2B 센터의 역할은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외 영역에서의 새로운 기술 플랫폼의 사업화이다. 기술 및 시장 관점에서 필요한 역량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역량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S2B Center 내 제품/기술 관련 Value Chain에 해당하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함께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또한 이들과 기초 연구를 위한 Lab 설비부터 Pilot 생산 설비까지 구축하고 있다. 2007년 세라믹 기반의 리튬이온 전지의 분리막(Separator)인 ‘SEPARION’을 개발하였으며, 2008년 다임러(Daimler)와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관련 조인트 벤처인 리텍(Li-tec)을 설립함으로써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5. How : 기존 핵심 사업의 관성에서 탈피

전자재료 산업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아 적은 초기 투자만으로도 시장지배력을 만들어내는 닷컴 산업과 상이한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자재료 산업에서의 사업 경쟁력은 단기간에 확보되기 보다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결과물에 가깝다. 하나의 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이 과정에서 얻은 기술 역량, 고객 관계, 고객 인지도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할 힘이 생기게 된다. 

대부분의 전자재료 기업들은 수익성이 높든 낮든 현금을 창출하는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 따라서 기존 핵심 사업의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러나 기존 틀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업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기존 사업부문의 인력들은 기존 사업에서 기업 나름대로 성공 체험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조직, 펀딩, 성과 평가 등 대부분의 기업 운영 측면에서 기존 사업의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신사업 추진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 핵심 사업의 비중이 크면 클수록 신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고 추진 속도 또한 떨어지기 마련이다. LCD용 유리의 세계 1위 기업인 코닝은 1990년대 후반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던 광섬유 사업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신사업에 대한 투자, 성과 평가 등이 독립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코닝은 생명과학의 실험기자재 분야인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했다. 코닝은 코팅, 유동체 제어, 미세한 공정 제어 등 기존의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제공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광섬유, 정밀 유리 등과 같은 기존 사업과 마이크로어레이 사업은 고객 및 고객 니즈, 비즈니스 모델, 핵심 성공 요소 등이 서로 달랐다. 특히 고객 니즈 측면에서 기존 사업의 경우 높은 품질과 신뢰성이 요구되었지만, 신사업은 원가와 사용 편의성이 고객이 원하는 제일 중요한 가치였다. 높은 품질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객 요구 수준을 상회하는 내부 기준으로 인해 불필요한 자원이 투입되고 시장 진입 시점이 지연되었다. 또한 신사업의 평가도 매출액과 이익 등 기존 사업 기준대로 이루어져 핵심 인재들이 신사업으로 가는 것을 회피했으며 인력의 사기 또한 급격히 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2년 동안 겪은 후 기존 인력이 아닌 생명과학 분야에 경험이 있는 리더를 개발 책임자로서 영입하고, 품질 개선 정도에 따라 성과를 평가하는 독자적인 기준을 수립하였다. 또한 기존 사업부 내에서 운영했던 것을 사업본부 직속으로 바꿈으로써 기존 사업의 영향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는 사업 환경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신제품 출시 시점이 빨라지고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Ⅲ. 시사점

앞에서 무엇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등의 관점에서 해외 전자재료 기업들이 어떻게 신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했는지 살펴보았다.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을 함에 있어서 예상대로 시장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국내 전자 산업의 기반이 지금처럼 탄탄해지기까지 사업 시작이래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했다. 부품·소재 사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하물며 전자재료처럼 정밀 부품·소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된 국내 기업들이 단기간에 해외 기업과 같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전자재료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지위를 탄탄히 하는 것이 비단 전자재료 기업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는 부품·소재 분야에서의 무역 수지 적자를 해소할 뿐 아니라 가치사슬 관점에서 전반적인 전자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품·소재 산업은 전체 산업 가운데 기반이 되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뿐 아니라 정부, 학계 등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것을 회피하려는 기업 탓만 하지 말고 기술 또는 제품 개발 초기의 기술적, 사업적 리스크를 같이 부담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방 산업 내 기업 역시 국내 전자재료 기업들을 단지 국산화라는 이름 하에 비용 절감을 위한 생산 기지가 아닌 차별화된 고객 가치의 제공을 위한 동반자로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자재료 기업들이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기는 어렵다. 국내 기업은 해외 기업과 성장 배경, 경쟁력 수준, 사업 전략, 투입 자원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실행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특정 어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부품·소재 개발로 사업 영역을 스스로 좁히지 말아야 한다. 선도 기업을 따라가며 제품을 개발하고 정해진 시장 규모 내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트렌드 하에서 기능 중심의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일시적 유행에 사로 잡혀 특정 어플리케이션용으로 제품 개발을 하게 되면 기술 축적의 범위와 양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기능 중심의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어플리케이션에 대응해야 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부품·소재 사업의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 역량을 통해 국내 기업 주도하에 기술적, 사업적 파트너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보다 쉽고 빠르게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우선 고려해야 할 또 하나는 신사업 추진 시 기존 핵심 사업의 시각으로 운영하고 평가하는 오류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10년 간의 노력으로 일부 사업에서 해외 기업들 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기업의 경우 현재의 성공으로 인해 과거 보다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핵심 사업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게 되면 차세대 핵심 사업을 육성하기 어렵다. 제2, 제3의 성장 축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의 역량을 활용은 하되 모든 것을 기존 사업의 틀 안에서 생각해선 안 된다. 

더불어 새롭게 전자재료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국내 전방 산업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일부 사업에서라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타성에 젖어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해외 전자재료 기업의 신사업 추진 방식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신사업에 대한 더 많은 성공 체험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


표나 그림은 PDF 파일 참조

외국 전자재료 기업의 높은 벽을 넘으려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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