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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마르크스’이고 <자본론>인가 Column & ETC.

경제위기가 마르크스를 불러내다

 

2009 05/12   위클리경향 824호 – 다시 보는 글

자본주의의 황폐함 절감한 세계인들‘자본론’ 다시 찾아 탐독

월스트리트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카를 마르크스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유희진 기자>

글로벌 경제 위기가 칼 마르크스(1818~1883)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1867)을 읽는 사람이 늘고, 일본에서는 공산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절감한 사람들이 126년 전 눈을 감은 경제학자에게 위기를 탈출할 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최근 ‘완전한 현대의 마르크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마르크스가 부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이후 세계 곳곳에서 <자본론> 판매부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독일의 한 출판업자는 “2008년판 <자본론>을 수천 권 팔았다”면서 이는 “(책이 나온) 100년 전과 견줄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FP는 전했다. 미국 MSN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자본론>은 지난해 11월 이후 한 달 4000~5000권씩 팔리고 있다. 중국 출판업자에 따르면 이전까지는 한 달에 1000권 가량 판매되는 게 고작이었다. 금융 위기가 터진 후 판매량이 4~5배로 늘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최근 공산당의 인기가 높아지고, 대학가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화 왕국 일본답게 <자본론>은 물론, 자본가에 착취당하는 어업노동자를 그린 1929년작 소설 <가니코센(蟹工船)>이 만화로 나왔다. <가니코센>은 올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마르크스의 예언, 150년 만에 실현되다?

마르크스는 최근 몇 십 년간 우리 세대가 경험한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오래 전에 예견했다. 오늘날의 치명적인 경제 위기가 발생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상품 생산과 금융 투기 등으로 형성되는 경쟁적 시장은 본질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순들(contradictions)’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리오 패니치 캐나다 요크대 정치학 교수는 FP에서 “마르크스는 오늘날 월스트리트 금융 종사자들의 선구자로 볼 수 있는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독자적 인식을 갖고 있었으며, 보험사 AIG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운명에 대해서도 예견했다”고 말했다.

마르크스가 살아 있다면 금융시장의 변화가 시장을 어떻게 위기로 몰고 갔는지 조목조목 지적해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르크스가 본 자본주의 체제는 자본을 증식해가면서 생산수단의 혁명도 계속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자본 축적량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신용카드에 의존하고 모기지 빚더미에 앉게 됐으며, 무역 환경은 악화하고 나빠진 복지는 사람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금융 부문에선 파생상품 같은 ‘거품’이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자본’이 아닌 ‘신용’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은 모두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1929년 월스트리트의 주가 폭락으로 대공황이 닥쳤을 때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케인스라는 걸출한 인물이 등장해 실업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자본주의 체질을 개선했고, 자본주의가 변화를 겪음으로써 지속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스스로 변화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지 않았다.

그는 저서 <공산당선언>(1848)에서 “부르주아 계급의 존재와 지배를 위한 본질적 조건은 자본의 형성과 증대이며, 자본의 조건은 임금노동이다. 임금노동은 오직 노동자들 간의 경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타의적이기는 하지만 부르주아가 촉진시키는 산업의 진보는 경쟁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립 대신 결사(結社)로 인한 혁명적 결합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현대산업의 발전은 부르주아가 생산물을 생산하고 전유하는 바로 그 토대를 그 발 밑에서 무너뜨리는 셈이다. 부르주아의 몰락은 불가피한 것이다”라고 했다.


왜 다시 ‘마르크스’이고 <자본론>인가

198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전 세계를 풍미한 신자유주의는 ‘종언’은 아닐지라도 커다란 한계를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금융 위기가 시작된 이후 잇따른 은행·기업 국유화, ‘큰 정부’의 부활은 이제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 밖의 해법을 일부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패니치 교수는 오늘날의 경제지도자들을 향해 “마르크스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일부분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르크스는 금융의 사회화나 새로운 급진적 변화를 통하지 않고는 현재의 금융시장이 불모지로 변해버릴지 모른다고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은행에 근무했던 런던경제대학 윌리암 부이터 경제학 교수는 “금융기관들이 공익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은행은 공적인 업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공적인 중앙은행이 앞서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논거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무너지는 은행들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말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내놓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만 의지해 일어서기에는 ‘시장’이 너무나 취약했기 때문이다.

“몇 해 동안 우리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지류를 찾으려고 시도했지만 은행의 붕괴를 목격하면서 우리가 잘못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됐다.” 중국의 한더치앙 교수는 <자본론>의 인기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마르크스가 주목 받는 현상에 대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감이 익으면 나무에서 떨어지듯 자본주의는 망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공산당과 <자본론>이 인기를 끄는 데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도쿄 소피아대학의 정치학 교수 나카노 고이치는 “공산당이 견제와 균형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한 반면, 일본대학의 토모카이 정치학 교수는 “공산당에 대한 최근의 대중적 관심은 반짝 인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마르크스와 자본론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환상의 끝을 목격한 사람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마르크스의 말과 글 속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구원’의 요소를 찾아내려 애쓰는 작업을 할 것 같다. 패니치 교수의 말대로 마르크스는 ‘이상주의자’가 아닌 진정한 ‘현실주의자’였는지도 모른다.

<국제부·김향미기자 sokhm@kyunghyang.com>

 





덧글

  • 글로거 2009/08/10 21:40 #

    근데 알라딘에서는 주식하는 법, 자산 관리하는 법의 책이 더 잘팔릴 뿐이고..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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