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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왜 정치보복을 당했나 Column & ETC.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 구상하다

[오연호 리포트: 인물연구 노무현 ⑨] 노란 풍선 든 스무 살 여대생에게

 

▲ 노란 풍선 위에 쓴 편지 지난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서울시청 근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란 풍선에 편지를 쓴 여대생 신용선씨. 풍선에는 자신의 이름을 '20살 대한민국 희망'이라 썼다. ⓒ 오연호

 

1. 노무현에게 노란 풍선 바친 스무 살 여대생에게

기억하시나요? 바보 노무현을 마지막으로 떠나 보내는 날, 우린 시청역 근처에서 만났지요. 신희망씨. 스무 살, 대학 1학년생이라고 했었죠?

내가 희망씨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기 전까지, 나는 당신의 모습을 몇 분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희망씨는 노란 풍선을 힘껏 불고 있었죠. '내 마음속의 대통령'이라는 글자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풍선이었죠. 나는 젊은 대학생이 그곳에 무엇을 불어넣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슬픔일까, 분노일까, 희망일까? 그런데 이렇게 적었습니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20살 대한민국 희망'

나는 카메라를 꺼내 노란 풍선과 함께 당신을 담았습니다.

 

2. 오늘 하루만 기자이지 말자 다짐했건만

희망씨, 나는 직업기자입니다. 바보 노무현을 보내는 날, 집을 나서면서 다짐했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기자가 되지 말자. 누군가에게 묻지도 말고 기록하지도 말자. 지난 20여 년간 8번에 걸쳐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했던 정치인 노무현이 영원히 떠나는 날, 오늘은 한 명의 추모객이 되자.

그렇게 다짐했건만, 희망씨 때문에 그 다짐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오마이뉴스> 기자임을 밝히고 당신의 이름과 나이를 물었습니다. 노란 풍선에 적은 글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 글 밑에 적은 이름 "20살 대한민국 희망"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희망씨. 이름을 신용선씨라고 밝혔지만, 나는 이 글에서 당신이 풍선에 적은 이름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만약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희망씨가 노란 풍선에 그런 글귀를 적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러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희망씨, 나랑 민주주의에 대해 토론 좀 해봅시다. 나는 요즘 각성하는 시민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각성하는 시민이 조직되면 대통령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각성하는 시민이 없다면 내겐 희망이 없다"

청와대 관저에서 인터뷰 중인 당시 노무현 대통령. ⓒ 청와대 제공

희망씨, 내가 '각성하는 시민'을 그리워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인터뷰한 날은 2007년 8월 31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임기를 6개월 남겨둔 때입니다. 그래도 현직은 현직인데 참 이상했습니다. 대한민국 권력 1인자가 '각성하는 시민이 왜 중요한가'를 거듭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은 만능이 아닙니다, 최 정점도 아닙니다. 진짜 권력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시민권력입니다. 각성하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시민권력입니다."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과목 이름을 붙여준다면 <민주주의론> 정도 되겠습니다. 그는 그 공부를 바탕으로 "퇴임하고 나서 언젠가는 정치학 교과서를 하나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노무현의 민주주의론은 주로 권력과 시민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그의 표현으로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한다.'

무슨 뜻일까요? 제대로 뽑고 제대로 감시하자는 겁니다. 권력을 위임하기 위해 선거를 할 때도 시민들의 각성이 필요하고, 그렇게 해서 선출된 권력이 시민들과 민주적 소통을 하지 않고 '지배'를 시도할 때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서도 시민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지배를 거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을 비판할 수도 있지만, 직접 정치권력에 참여하거나, 정치권력 자체를 장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했습니다. 단, 전제를 분명히 달았습니다. 혁명이 아닌 선거, 투표로 해야 한다고요.

- 지금 대통령을 하고 계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조금은 느닷없이 보이긴 합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방법은 시민참여밖에 없다?

"그렇습니다."

- 왜 그렇습니까?

"국가와 역사의 방향을 끌고 가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투표에 의해서 뽑힌 지도자가 결정합니다. 시민들의 투표에 의해서 지도자가 결정되는 것이지, 지도자가 스스로 투표하진 않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투표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각성, 이것이 궁극적으로 답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의 각성. 노 대통령은 그것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정치가든 시민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으나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시민들이 각성하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관계를 정확하게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언론권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서 올바른 언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노 대통령은 "믿습니다"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습니다.

"그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제겐 아무 길이... 아무 희망이 없습니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굳게 믿고, 그래서 시민참여·시민운동을 연구하고 있는 겁니다." 

신희망씨, 정말 이상한 대통령이죠? 현직 대통령이 "각성하는 시민을 믿는다, 그 믿음이 없으면 내겐 아무 희망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이.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시민운동이 권력을 제어하는, 권력의 불법이나 권력의 남용을 제어하는 데 집중돼 있었죠. 이제는 대안까지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말하자면 그야말로 주권자로서, 권력의 주체세력으로서 시민을 양성해 나가야 되는 것이죠."

그만큼 대통령 노무현은 달랐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든 권력의 1인자가 아니라, 정치권력의 1인자일 뿐이라고 보고 있었습니다.

희망씨, 대한민국에는 정치권력 못지않은 경제권력이 있습니다, 언론권력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체험을 통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치권력만 바꿔서는 안 된다, 경제권력·언론권력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진짜 실세, 시민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4. "시민운동의 막강한 후원자 되겠다"

희망씨, 그날 참으로 많은 사람이 모였지요? 오후 1시, 영결식을 마친 바보 노무현이 경복궁에서 노란 풍선 물결인 세종로를 통해 서울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수십만의 추모 인파 때문에 운구차는 더디고 더뎠습니다. 

희망씨, 당신은 그날 그곳에 모인 이들의 눈빛에서 무엇을 읽었나요? '각성하는 시민'을 만나고 싶어 했던 정치인 노무현이 만약 수십만 추모 인파를 보고 즉석연설을 한다면 무엇을 말했을까요?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 나는 이렇게 여쭤봤습니다.

- 그렇다면 대통령님은 퇴임 후에도 노사모를 함께 하든, 다른 조직을 만들든, 시민운동 비슷한 것을 계속하시겠네요, 퇴임 이후에도?

"예.  어떻든 후원은 할 생각입니다. 직접 나서는 게 흉하다고 사람들이 '하지 마라' 하면 못할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막강한 후원자가 될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새로운 시민사회를 조직"해보고자 했습니다.

"지금부터 이제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시민사회를 재조직해 보자, 지난날 노사모라는 것이 역사의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그것을 다시 되살려서 새로운 시민사회를 한번 조직해 보자."

그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정치권력을 얼마간 좀 가지고 있었으니까, 돈 있는 사람도 좀 친해 놓고, 또 그 중에 나하고 의기투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런 사람들 좀 모아 가지고 물적 토대를 만들고, 그렇게 해서 이제 이 작업들을 뜻있는 사람들이 좀 계속하게, 참여정부의 인적 자원들과 전문가들도 좀 포진시키고…."

노 대통령은 특히 신흥경제세력과 전략적 연대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시장경제의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뒷거래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관치경제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시장경제에서 성공한 새로운 시장의 주류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과 더불어서 새롭게, 어떤 새로운 세력을 한번 묶어보려는 모색도 하고요."

그는 종부세 내는 것을 기꺼이 찬성하는 양심적 경제인이 의외로 많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신사 계급이 영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상당히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경제인 중에는) 관용의 정신과 타협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내가 만났을 때 '종부세 냅니까?', 이러면 '아, 내죠. 낼 건 내야죠' 뭐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대통령 노무현은 그들과 의미 있는 연대를 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제 필요한 것이 우선 정치학이죠. 제대로 된 정치 전략을 만들기 위해 정치 메커니즘의 이상과 현실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 다음에 민주주의와 지도자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이런 것들이 우리한테 필요한 지식들이죠."

그는 "정치권력은 기본적으로 정보·공권력·돈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시민사회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대항매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권력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시민들이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놓아도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듯이 어떤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어 놓아도 그것을 운용하는 공무원들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민주주의 선거 제도·정당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그것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요. 그래서 이걸 제대로 하게 하는 일이 지금부터의 과제입니다."

대통령의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행동 속에 있어요, 궁극적으로 거기 있는 것이지, 다른 메커니즘으로서는 우리가 도저히 이길 수 없어요."

그는 분명 "우리"라고 했습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인데도 그 스스로 시민과 함께 "우리"가 되어 그 무엇에 대항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5. "정치권력(대통령)은 만능도, 최 정점도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이 열린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노제를 마친 운구행렬이 서울역으로 향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운구차를 향해 추모의 뜻으로 노란 종이비행기를 던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희망씨, 바보 노무현은 그런 대통령이었습니다. 오후 2시경, 노제를 마치고 운구차가 서울광장에서 빠져나갈 때 시인 도종환씨의 선창으로 시민들은 합창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희망씨, 당신의 목소리도 그 합창에 섞여 있었겠지요?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사랑합니다", "기억할 것입니다"를 외치면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노란 비행기를 던질 때, 나는 다시 그날의 인터뷰를 생각했습니다. 

- 지금 말씀하신 구상을 들어보니, 퇴임 후에도 굉장히 젊게 사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 할 수단이 없지 뭐. 이론상 이렇다는 거지."

- 아니, 이론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계시니, 잠잠히 계실 수 없으실 것 같은데요.

"정치인, 보통의 정치인들은 (정치) 권력을 정점으로 사고합니다. 그리고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죠, 보통의 정치인들은."

대통령 노무현은 "나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내가 다른 정치인과 다른 점은 권력을 최 정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이고,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은 시민들의 머릿속에 있어요, 진정한 의미에서."

- 이제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임기 말에도 계속 도전하시는지.

"정치권력이 만능이 아닌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정치권력을 최 정점으로 생각하고 정치권력 지상주의를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꾸만 '거기(대통령) 끝나면 그만두어야지' 그러는데, 정치권력이 최종 종점이 아니라는 것이죠."

희망씨, 의외지요? 그러니까 정치인 노무현의 최종목표는 대통령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퇴임을 6개월 앞둔 그에게는, 대통령 자리보다 더 높은 마지막 목표가 있었던 것입니다.

- 결국 권력을 떠나는 게 아니라 진정한 권력 속으로 다시 들어가시는 거다, 시민사회 속으로?

"예."

대통령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말했습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 부분입니다".

2007년 8월 31일, 5시간의 인터뷰 마지막 말은 그것이었습니다.

 

6. 노무현은 왜 MB의 정치보복을 받았나

희망씨. 대통령 노무현은 정치권력 1인자에서 퇴임하면서 진정한 권력 속으로, 시민사회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했습니다. 각성하는 시민 없이는 모든 것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뿐 아니라 경제권력·언론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그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5년 동안 체험했기 때문에 시민사회 속에서 진정한 권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희망씨, 그땐 난 몰랐습니다. 그 인터뷰를 할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그 꿈이 결국 그의 비극적 최후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바보 노무현의 죽음은 직접적으로는 검찰수사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와 심층인터뷰를 했던 나에겐, 그가 더 큰 권력인 시민사회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겐, 검찰수사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충돌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지금 현재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자와 정치권력을 내려놓고 시민권력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자의 한판 싸움이었습니다. 정치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현직 대통령 이명박과 시민권력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권력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전직 대통령 노무현의 싸움이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은 시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전직 대통령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퇴임해서도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을 통해 시민과 진한 대화를 나누는 전직 대통령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시민과 격의 없는 만남을 즐거워했기에 결국은 봉하 마을을 관광명소로 만들어버린 전직 대통령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현직 대통령 vs. 전직 대통령-시민' 싸움이었습니다. 왜 장례기간 내내 시민분향소와 서울광장을 경찰차 벽으로 둘러쌌을까요? 죽은 노무현과 살아있는 시민을 분리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연장전의 한 장면입니다. 우리 눈에 선명하게 보인 경찰차 벽, 그것 이전에 우리가 보지 못했던 긴 물밑싸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7. 노무현은 어디로? 희망나무가 답하다

▲ 종이학으로 만든 희망나무 지난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양소에 놓인 희망나무. 시민들이 종이학 수백 개를 접어 만들었다. ⓒ 오연호

 

희망씨, 그것은 그렇게 큰 싸움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그날 눈물 뿌렸던 사람들, 노란 풍선 불어 세종로에 매달았던 사람들, 그의 운구차에 노란 종이비행기를 날렸던 사람들, "기억하겠습니다" 합창했던 사람들, 그들은 진정 노무현의 꿈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까요?

희망씨, 그날 나는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에서 특별한 나무 한 그루를 보았습니다. 시민들이 접은 수백 개의 종이 학으로 만들어진 나무. 그 나무는 잎 하나하나가 모두 종이 학이었습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희망나무'였습니다.

희망나무 밑에는 편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8절지 크기의 종이에 적힌 그 편지의 수신자는 바보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은

이제는 우리의 몫입니다.

당신은 우리 가슴속에

천 번 만 번을 접어도 모자랄

희망을 뿌려놓고 가셨습니다.

당신을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묻겠습니다.

희망씨, 바보 노무현은 그렇게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가고자 했던 곳, 그가 진정한 권력이라고 이름 지었던, 현직 대통령보다 더 큰 권력, 시민들의 가슴 속으로 떠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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