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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 회담 거부한 북한의 목표는 '핵 보유국 굳히기' Current of the times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단순한 벼랑 끝 전술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창주 (러시아 외무성 외교아카데미 석좌교수)

 

북한은 4월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위)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 추대하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군 출신 인사 다수를 국방위원에 선출했다.

북한의 핵 보유 굳히기 시도로 인해 한반도 정세에 돌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4월5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전후한 국제사회의 대응 과정에서 전개된 양상은 결과적으로 16년간의 미국 주도 한반도 비핵화 외교의 무산 및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 강화 시도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지난 4·14 성명은 2003년 8월에 시작해 9년간 이어온 6자 회담의 파국을 알리는 최후 선택이라는 의미가 있다.
북한의 6자 회담 절대 불참 선언은 핵 보유국 위치에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하겠다는 결의를 나타낸다. 북한의 의지가 분명한 이상 미국은 불가피하게 직접 대화라는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과 양자관계를 강화하는 4자 개별 협상 시대로 대체될 것 같다. 핵 포기 의사가 없는 이란과 직접 대화 방식을 선택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 모델을 참고해 북한은 이러한 구도를 대응수단으로 사전에 준비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이 같은 자세 변화가 과거와 달리 일과성이거나 협상용이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확고한 대미·대외 정책의 변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핵심은 앞으로 핵 보유를 북한의 생존전략으로 삼겠다는 것이며, 이 안에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문제는 이를 무력화할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는 유엔 안보리 결의도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국무부나 정보기관은 북한 핵 문제를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직접 대화라는 양자관계 형성의 필요성에 견해를 같이한다.
북·미 관계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외로 북한의 핵 기술과 능력을 가장 인정하는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낙후됐고, 미완성이고, 실패했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 국가로 인정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 미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를 인공위성이라고 하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막으려 했던 이유는 북한의 장거리 타격 능력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반대로 북한은 그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압력과 반대에도 로켓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한 세 가지 목적
필자가 북한 당국자를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더 이상 6자 회담에 기대하거나 의존하지 않겠다고 한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해서 핵 개발 및 미사일 수출 포기에 대한 대가로 경제지원, 관계 정상화 수립, 체제 및 안보 보장을 하지 않는 한 자력갱생·강성대국·핵 보유국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3기째에 접어든 김정일 체제 선군정치의 핵심 패러다임이다.

4·14 외교부 대변인 성명 이후 북한은 신속하게 핵 시설 봉인 제거, 감시 카메라 작동 중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팀 추방, 미국 정부 관계자 4명 출국 명령, 폐연료봉 재처리 등 핵 시설 원상 복구를 위한 행동을 개시하고 있다. 2007년 7월 영변 핵 시설 가동을 중단한 뒤 진행된 불능화 작업은 1년9개월 만에 백지화됐다. 북한이 불능화한 영변 핵 시설을 완전 복구하려면 1년여가 걸리고 폐연료봉 재처리 착수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된다고 하지만 북한은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도 내부적으로 북한의 기술력 향상을 인정한다.

 

4월9일 열린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예고대로 강행한 목적은 첫째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발사 능력을 과시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로 4월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를 기점으로 출범하는 제3기 김정일 체제 강화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며, 셋째로 국제사회에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알려 국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핵심은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장거리 탄도 능력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 동안 핵무기 소형화와 미사일 사정거리 확대라는 두 가지 방향을 추진해왔다. 북한의 핵 보유 욕망은 생존과 안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룬다. 국제사회가 실패라고 평가하지만 1998년 대포동 1호를 발사한 지 10년 만에 사정거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증명되었고 일차적으로 미국령 괌이 사정권 안에 들게 되었다.

미국을 사거리에 두는 장거리 로켓은 핵을 보유한 북한이 이를 운반하는 미사일 체계를 갖추었음을 과시하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핵을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했다는 북한의 존재를 오바마 행정부에게 인식시켰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미국·중국·러시아가 사전에 북한의 확고한 발사 의지와 그 가능성 및 능력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로켓 발사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공세를 펴면서도 과잉 반응은 자제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침묵했다. 발사 이후 미국은 유엔 제재를 주도했지만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분명히 반대했다. 오바마 캠프에서 한반도 팀장을 지낸 자누지는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발사대의 미사일 제거 또는 요격, 6자 회담 중단 같은 과잉 대응을 하면 안 된다며 북·미 미사일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제시했다.

브라운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아시아담당 책임자도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미국이 북한과 평화조약 및 핵 문제, 로켓 문제 등을 포괄한 양자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도발 행위이지만 압박이 최선의 접근법은 아니며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미국은 북·미 양자회담이 필수라는 생각으로 보스워스 특사의 방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배치·생산·수출을 막는 것이 이를 요격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띄우고 알래스카에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보다 경제적 부담이 적고 평화적이며 동북아 리더십을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한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는 대가로 북한에 10억 달러를 매년 지급하고, 미사일 프로그램까지 6자 회담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던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준비에 대해 한·미·일의 중단 압력이 고조되고 있을 때 중국의 북한 라인에서는 발사 중지는 있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월7일 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 1718호 결의안과 관련해 “안보리는 이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라는 발표에 이어 4월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압력과 제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사실상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중국은 6자 회담이 지난 6년간 각 분야에서 적극적인 성과를 이룩했다며 6자 회담 역할론을 강조했다
북한은 4월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 추대하고 2인자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국방위원에 선임했다. 또 이번 장거리 로켓 발사의 주역인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주상성 인민보안상,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 부부장을 새로이 선임해 국방위원회를 대폭 보강함으로써 김정일 3기 체제를 공식 출범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북한이 국방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해 국가의 중추기관으로 설정함으로써 김정일 체제의 안정성 확보와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겨냥한 미래 준비까지 구상한다고 분석한다. 3월8일 실시된 대의원 선거 결과 군인이 16.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선군정치’를 반영했다. 앞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와의 관계에 따라 북한의 선군정치는 기폭장치 실험 등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과시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PSI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국제정치 유물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한·미·일 공조 메뉴로 대북 압박 대열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PSI 구상은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주도로 이뤄진 미국의 일방주의적 국제정치 유물이자, 유엔이나 국제기구와 무관한 반미 국가 제재를 위한 도구이다.

PSI는 국제·외교적 틀에서 요구되는 조약, 헌장, 의사결정 과정 등 국제 규범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를 미국 질서에 반기를 드는 국가를 압박하기 위한 국제적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며 그 대표적 표적을 북한에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사 한반도 긴장의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충돌과 대치 말고는 실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남한이 PSI에 참여해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고 우리 스스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 북한은 남한의 PSI 전면 참여를 ‘선전포고’라고 경고한다. 북한과는 무관하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PSI 전면 참여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추진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북한에 대해 일말의 영향력이나 관리 수단이 없는 남한 정부의 태도에 러시아와 중국 등 국제사회까지 의아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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