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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신(新)혼맥.. 튀는 며느리 열전.... ETC. News

김성수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11탄]튀는 며느리 열전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옛 속담에 ‘아들 못난 건 제집만 망하고, 딸 못난 건 양 사돈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여성이 올바르지 못하면 시집과 친정이 모두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집안에서 여성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로 ‘며느리가 잘 들어오면 집안이 흥한다’는 옛말도 있다.

재벌가엔 아들 못지않은 사위들이 즐비한 한편 아들과 딸에 뒤지지 않은 며느리들도 적지 않다(지난호 재벌가 신혼맥 참조). 우선 유교적 가풍이 강한 재계의 전통상 내조에 전념한 과거와 달리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방마님’들이 눈에 띈다.

내조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던 창업 1세대들이 거의 퇴장하면서 보수적인 재벌가에도 자연스레 ‘여풍’이 불고 있는 것. 국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생소한 현상도 아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양귀애 대한전선 회장 등이 재계의 ‘며느리 전성시대’를 이끄는 대표적인 ‘여장부’들이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그룹 지휘봉을 잡은 공통점이 있다.

현 회장은 1976년 7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5남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현 회장의 부친은 고 현영원 전 신한해운 회장으로, 신한해운은 이 결혼 직후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흡수됐다. 현 전 회장과 정 창업주의 생전 친분이 사돈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현 회장의 모친은 고 김용주 전방그룹 창업주의 외동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으로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친누나다. 김 이사장은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상선 등의 주요주주로 있다.

현 회장은 결혼 후 무려 30여 년간 주부로, 1남2녀의 엄마로 살아온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 그러나 졸지에 남편을 잃고 현대그룹 회장실로 출근한 현 회장은 시댁 식구들과의 경영권 분쟁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가까스로 ‘친정체제’를 정착시켰다. 정 전 회장은 2003년 8월 서울 계동 본사 12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

사실 범현대가는 재계에서 유교적 가풍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여성이 경영에 나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정 창업주가 ‘현명한 내조’를 강조한 까닭이다.

하지만 범현대가 며느리들은 2001년 3월 정 창업주가 별세한 뒤 현 회장뿐만 아니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부인 이정화씨,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우경숙씨가 각각 해비치리조트, 현대백화점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속속 경영일선에 손을 뻗고 있다.

최은영 회장은 현 회장과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최 회장도 2006년 11월 남편 고 조수호 전 현대상선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이듬해 경영인으로 변신, 활발한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때까지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해 가정에만 신경을 쓴 전업주부였다. 그의 부친은 최현열 전 NK그룹 회장, 모친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의 동생 은정씨는 현 회장과 갈등을 빚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익 KCC 사장과 부부사이다.

 

‘며느리 전성시대’꼭꼭 숨었던 안주인들 ‘세상 밖으로’
재계 전통 ‘내조만 전념’ 탈피…그룹 경영 직간접 참여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3남 조 전 회장의 형제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 등이 있다. 조양호 회장의 아내이자 최 회장과 동서지간인 이명희씨는 2006년 10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씨는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로 1973년 조 회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외에 장영신 회장은 1970년 7월 고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가, 이어룡 회장은 2004년 9월 고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이, 양귀애 회장은 2004년 3월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이 각각 세상을 뜨면서 회사 경영을 맡게 됐다. 이들 모두 남편이 작고하기 전까지 집안일밖에 모르던 안주인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의 경영 진출은 이제 다소 고리타분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재벌가에선 금기시되던 규율과 같았다”며 “회장 타이틀을 거머쥔 재벌가 며느리들은 남편의 타계 뒤 여성 특유의 감성과 리더십으로 입지를 굳힌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이 아닌 사회봉사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안방마님들도 수두룩하다. 고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의 장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1988년 9월 결혼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씨는 최근 외부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디어예술 전문기관 ‘아트센터 나비’를 운영하고 있는 노씨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4층에서 그룹 임직원들을 상대로 ‘경계를 넘어’란 주제로 강연을 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2월엔 서울예술대 디지털아트과 조교수로 부임해 시선을 끌었다.

노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재계 여성들의 순수 봉사활동 모임인 ‘미래회’의 회장직을 맡아 자선활동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것.

이 모임은 노씨와 함께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며느리 안영주(3남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부인)씨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며느리 이수연(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부인·이명박 대통령 3녀)씨 등이 핵심멤버다.

미래회와 라이벌 관계(?)인 ‘아름지기’와 ‘예올’등에도 재벌가 며느리들이 소리 소문 없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문화재 보호가 주목적인 아름지기는 ▲삼성가 홍라희(이건희 전 회장 부인)씨 ▲효성가 송광자(조석래 회장 부인)씨 ▲한진가 이명희(조양호 회장 부인)씨 ▲남양가 이운경 (홍원식 회장 부인)씨 등이, 역시 전통문화유산 보존이 주목적인 예올은 ▲금호가 이경렬(박삼구 회장 부인)씨 ▲삼양가 김녕자(허광수 회장 부인)씨 ▲범현대가 김영명(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부인)씨 등 재벌가 안주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코오롱가의 며느리 서창희씨는 그룹 내 봉사단체인 ‘코오롱가족사회봉사단’ 총단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그룹 임직원 부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 봉사단은 일주일에 한 번 장애인시설과 고아원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친다.

서씨는 또 코오롱그룹이 2002년 12월 세운 비영리 재단법인 ‘꽃과 어린왕자’ 이사장도 맡고 있다. 서병식 동남갈포공업 회장의 외동딸 서씨는 1983년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웅열 회장과 결혼했다. 동남갈포공업은 1960∼1970년대 고급벽지로 유명한 ‘갈포벽지’를 생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재벌가 며느리들의 행보는 조심스럽다. 대부분 베일에 싸인 채 극히 제한적인 대외활동에 나서는 게 전부다. 일부 총수 일가의 경우 아예 노출을 원천봉쇄하기도 한다.

‘상류층 혼맥의 핵’이라 불리는 LG그룹 일가의 안주인들은 여전히 집안에만 ‘꼭꼭’ 숨어있다. 문밖 출입을 꺼려 이른바 ‘방콕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LG가는 전통적으로 딸을 비롯해 ‘여인’들의 ‘경영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별한 대외 활동도 하지 않는다. 대대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탓에 ‘단속’의 의미가 있지만 가족관계가 워낙 방대해 ‘교통정리(?)’가 힘들다는 이유도 있다. 직계 형제가 6명인 고 구인회 LG 창업주는 슬하에 자녀가 6남4녀, 이 가운데 아들 6형제의 자녀가 20명이 넘는 대가족이다.

이렇다 보니 다른 재벌 가문보다 수월하게 상류 혼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실제 LG가 딸들은 대부분 상류집안으로 시집갔으며 들어온 며느리들도 하나같이 잘나가는 집안의 규수들이다.

평소 숨죽여 지내는 LG가 안방마님들의 주머니는 두둑하다. 여성부호 비율이 가장 높은 것. 한국 최고의 여성 주식부호는 삼성가 올케와 시누이 사이인 홍라희씨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지만, 전체적으로 따지면 LG가만 못하다.

국내 100대 여성 주식부호엔 20명에 이르는 ‘LG 우먼’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물론 내조에만 신경 쓰고 있다.

이중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는 홍라희-이명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올해 현금배당에선 56억원을 받게 돼 홍(54억원)-이(42억원) 막강 라인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 김씨도 1972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구 회장과 결혼한 이후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는 ‘내조형 며느리’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안주인들은 모두 재벌가 며느리들의 주 무대인 봉사단체나 문화·예술 분야, 심지어 그룹 행사나 본사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며 “하지만 LG가의 여인들은 주식 순위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는 등 여전히 대내외에 세를 과시하고 있어 ‘세상 밖으로’ 시기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재벌가 며느리 잔혹사
‘돈 많은 집에 시집와 곤욕만…’

재벌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며느리들이 있는 반면 두문불출도 모자라 곤욕을 치른 며느리들도 적지 않다.

삼성가의 홍라희(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부인)씨는 “삼성이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지난해 ‘삼성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굴욕을 당했다. 결국 홍씨는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이 사건의 여파로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 등 일체의 직책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쌍용가의 박문순(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부인)씨도 ‘변양균-신정아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었다. 성곡미술관 관장인 박씨는 성곡미술관 전시회 후원금 등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백20시간을 선고받고 풀려난 상태다.

대우가의 정희자(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부인)씨는 검찰의 김 전 회장 추징금 집행 과정에서 번번이 타깃이 되고 있다. 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아트선재미술관에 보관돼 있던 미술품 등을 검찰이 압수하자 지난 1월 “압류된 유명 미술품들을 돌려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곧바로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문화재단 이사장이나 아트센터·미술관 관장 직함을 갖고 있다. 또 남편이 현직에서 물러난 ‘옛 총수’란 점도 닮은꼴이다.

2007년 6월 타계한 고 김성수 오양수산 회장의 부인 최옥전씨는 남편의 상속지분 처분을 놓고 아들 김명환 전 오양수산 부회장과 ‘혈족 간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소송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사돈 그룹간 전쟁으로 입장이 난처한 며느리도 있다. 한화그룹과 대림그룹의 얘기다.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 윤영씨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촌형 김요섭씨의 아들과 2004년 결혼했다. 대림가의 딸이 한화가의 며느리인 셈이다.

하지만 두 그룹은 1999년 각각 50%씩을 출자해 설립한 여천NCC의 인사 및 경영 문제로 크고 작은 갈등을 빚다가 2007년부터 고소·고발을 주고받는 처지가 됐다. 이 명예회장은 “내 딸이 김 회장 사촌형의 며느리여서 우리는 사돈 관계”라며 “오죽했으며 사돈을 고소를 한 내 심정을 이해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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